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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X 공식블로그
스스로 바다를 가르는 배, 자율운항선박 본문
[2019.07.25 RDX Live]
지난 2월 러시아의 6천 톤급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부산 인근 해상에서 광안대교 진입 고가도로를 들이받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광안대교 교각이 파손되고, 다른 선박 및 요트와도 충돌하여 요트 승선자가 부상을 입는 등의 피해가 있었다.
제1 사고 원인은 선장의 음주운항으로 추정되며, 항로를 안내하는 도선사도 탑승하지 않고 출항신고도 하지 않은 임의 출항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크게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밖에도 해상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해상사고는 2,671건으로 2008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다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앙일보, "우리 바다는 안전해졌나?… 세월호 이후 해양사고 2배 늘었다", 2019년 4월 17일 자 보도)
'Human Error(인적오류)'에 의한 해상사고 발생률 高
해상사고의 발생원인은 크게 인적요인, 자연적 요인, 교통환경적 요인, 선박적 요인으로 구분되는데 수많은 연구에서 인적요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Human Error'에 의한 사고 저감 필요성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웹사이트(링크)에서는 1983년부터 축적된 해양사고에 통계연보를 열람할 수 있으며, 해양사고의 원인을 크게 (1) 운항 과실 (2) 취급 불량 및 결함 (3) 기타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분류의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 운항과실 : 출항준비 불량, 수로조사 불충분, 침로의 선정 유지불량, 선위확인 소홀, 조선부적절, 경계소홀, 황천대비 대응불량, 묘박 계류의 부적절, 항행법규 위반, 복무감독 소홀, 당진근무 태만, 선내작업 안전수칙 미준수, 기타 운항과실
- (2) 취급불량 및 결함 : 선체 및 기관설비 결함, 기관설비 취급불량, 화기취급 불량 및 전선노후와 합선
- (3) 기타 : 여객 화물의 적재불량, 선박운항관리 부적절, 승무원 배승 부적절, 항해원조시설 부적절, 기상 등 불가항력, 기타
원거리 운항이 주를 이루는 상선(내/외항선)의 최근 5년간 사고 현황을 살펴보았다. 2014~2018년 사이 발생한 내항선 해상사고는 총 367건이며 그중 242건(약 65% 수준)이 (1) 운항 과실에 의한 사고로 집계되었다. 외항선의 경우 총 173건 중 139건이 (1) 운항 과실에 의한 사고로 전체의 80% 수준에 육박했다.
항해사를 태우지 않은 채, 스스로 바다를 가르는 자율운항선박
그렇다면 해상에서 인간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여보면 어떨까?
전통적인 선박의 경우에는 한 번의 항해를 무사히 끝마치기 위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통신기술과 IoT 기술의 발달로 선박의 조종, 유지·보수, 수리, 급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인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젠 혼자서도 잘 다니는 '자율운항선박', '스마트쉽(Smart ship)'의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해외의 많은 보고서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전에 원격조종이나 계획된 항해를 수행하는 무인선을 최초의 시도로 보고 있으며, 무인선의 시초는 세계 2차 대전 직후 인간이 투입될 수 없는 해상 위험 임무에 활용됐던 군사용 무인선으로 보고 있다.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무인선은 군사적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러한 군사용 무인선들은 항만감시나 정찰, 해양조사 등의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활용되었다. 2007년 美 해군은 'Sea Power21'을 발표하는 등 군사용 무인선의 개발과 활용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행보를 보여왔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정부와 민간기업 예산이 투입되어 개발한 국산 기술로 무인선 "아라곤 1·2호"가 탄생했다. 원격조종과 자율운항 모드를 동시에 탑재하고 있으며 불법조업 단속, 해양조사, 오염방제, 수색구조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2010년 경부터는 원거리 무선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상선 영역에서도 고려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는 무인선이라기보다 '자율운항선박' 혹은 '스마트십', '커넥티드십', '디지털 선박'이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이때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자율성이 심화되는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 덧붙이자면 현대중공업은 상선의 화물운송 기능에 초점을 맞춰 해상에서 발생하는 선박 데이터 수집-처리-활용, 항만(육상)과의 데이터 연결을 강조하는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건조(建造)에 초점을 맞춰 미래 선박 수요를 예측하고, 조선소 현장에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국제해사기구)는 2018년을 기점으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상반기에는 법률위원회(LEG), 해사안전위원회(MSC)에서 우선·주요 의제로 다루어졌고 연말부터 자율운항선박의 시험을 위한 임시 가이드라인 작성에 착수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자율운항선박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 조선·해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조선업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초대형 선박'과 함께 새로운 시장 견인 요소이자 성장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타산업에까지 퍼지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영역은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이 여럿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으나, 이렇다 할 국제표준이나 인프라 구축이 되어있지 않아 여전히 시장 잠재력과 투자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타 선진국에 비해 진입이나 국가적 관심이 늦다고는 하지만 절망적인 분위기까지는 아닌 것으로 체감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선전하는 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스타트업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기업들 또한 주목을 받고 있어 앞으로 시장에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매우 기대가 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해운업 측면에서는 다양한 비용을 절감해 운송효율을 높이고, 육상과의 연계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에서 말하는 낭비 비용은 해상사고의 위험뿐만이 아니다. 상선의 경우 경제성이 중요하다 보니 건조 시점부터 적재량, 연료효율이 주요 키워드가 된다.
자율운항선박은 사람이 타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선박에 반드시 있어야 했던 조타실부터 선원들의 휴게공간까지 선원 시설을 대폭 줄이고 그 자리에 화물을 대신 실을 수 있다. 항해사, 도선사, 선원 등 선박 내 인력에 대한 임금도 나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분석을 활용한 최적항로 운항 등을 통해 운송에 걸리는 시간도 약 1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by 英 로이드 선급)
추가로 항만의 자동화, 지능화와 함께 발전하며 그동안 보수적이고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해운업계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어 전방위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인다. (해상-육상 물류산업의 변화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한번 다뤄보고자 한다)
물론 우려되는 면도 존재한다. 특히 해상 및 항만 보안(테러 위협), 시스템 보안과 같은 위험 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 최근 싱가포르 항만청(MPA)에서는 국가 차원의 사이버 보안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링크) 산업계에서는 선박-항만 분야에 특화된 보안 인재풀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다하고 있으며, 선박보험업계는 자율운항선박으로 인해 생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법제도, 책임비용 등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자리 측면에서는 자동화, 지능화의 영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관련해 해운노조의 반발을 극복하고 기존 선박·항만 근로자들의 경력 전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빠지지 않았다.
세계의 자율운항선박 연구·개발 사례
현재 시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진사례는 'Yara Birkeland'이다. 단일 항로에서의 상용화가 가장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사례로, 노르웨이 비료 기업 'Yara International'과 선박시스템 기업 'Kongsberg'가 협력하여 개발하고 있다. 개발 목적은 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공급지역으로 운반하는 것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험 대상 항로는 노르웨이 북쪽의 포르스그룬에서 남쪽의 브레빅, 라빅 항까지로 기존에 육로로 운송했던 것을 해상 운송으로 전환하고자 함이다. 연구진은 2019년 시험 항로에서 원격조종의 형태로 항로 적응을 마친 뒤 2020년 완전 자율운항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이 사례가 특별히 주목을 많이 받는 것은 Yara Birkeland가 전기동력으로 운항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 위의 테슬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국가적 주도 하에 가장 높은 상용화 수준을 보이는 국가이기도 해 친환경 동력에 앞장서는 국가적 분위기의 영향인 동시에, 계속해서 강화되는 IMO의 환경규제에 대한 미래적 대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조 조선강국'으로 불리던 북유럽 국가들 중 300년이 넘는 조선업 역사를 보유한 핀란드에서도 자율운항선박 산업이 물꼬를 트고 있다. 당초 가지고 있던 우수한 조선업 생태계에서 선박기업을 주축으로 시스템 개발기업, 데이터 기업 등 협력업체와의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발 빠르게 사업체계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운강국 일본에서는 해운기업 NYK가 자율운항 컨테이너선*을 개발 중이며 2019년 북미 항로에서 시험 운행할 계획이다. NYK와 같은 해운사들 뿐만 아니라 10개 이상의 조선소에서 2025년까지 공동으로 자율운항 화물선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내 및 국제 기준을 만들어 국제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도 국영조선소인 'CSSC'에서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따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 참고)
조선·해운 산업은 대중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지만,
국가 경제와 산업을 지탱하는 기간산업으로써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RDX Live에서는 종종, 이어지는 시리즈 포스팅을 통해 바다에서 펼쳐지는 혁신스토리를 전해보고자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자율운항선박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정부·민간 동향에 대해 소개하겠다.
Researcher Ja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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