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X 공식블로그

기술기업의 독점 그리고 시장정의(market definition) 본문

Tech.Trend

기술기업의 독점 그리고 시장정의(market definition)

Redesign X(리디자인엑스) 2020. 12. 1. 11:07

※ 본 게시물은 Benedict Evans의 영문 칼럼을 번역한 것입니다.

 

Market definitions and tech monopolies — Benedict Evans

Does Amazon have 40% market share, or 10%? Does Apple have 15%, or 80%? Does Google worry about Bing, or Tiktok? It depends, and it's complicated, but this determines a large part of all the tech anti-trust cases coming up in the next few years.

www.ben-evans.com

(2020.10.31) “시장 정의(market definition)”는 시장의 경쟁과 관련된 소송들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시장 정의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하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한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이 기업이 어떤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지배적 우위 남용과 관련하여 기소된 기업들은 가능한 시장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자 합니다. 마치 자신들의 기업은 지구상의 모든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기업을 기소한 검사 측에서는 가능한 시장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의하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말 로고를 사용하는 리어엔진 스포츠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앞서 소개한 두가지 정의가 모두 인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어떻게 시장을 정의할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숙이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시장 정의가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시장 정의와 관련된 질문들은 Amazon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많이 언급됩니다. 회계장부상의 숫자로 보면, Amazon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체 리테일(소매업) 시장의 일부에 해당합니다. 이에 따르면 Amazon은 2019년 리테일 시장의 약 16%를 차지했고, 점유율은 코로나19 봉쇄명령 이후 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로인한 봉쇄조치 이후 미국 리테일 시장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한 비중

그렇다면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 40%, 리테일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존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아마도 아마존이 월마트, 코스트코, 메이시스, 세이프웨이와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즉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형 리테일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조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세력들은 아마존이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기업들 뿐만 아니라 지역상권의 상점들과도 경쟁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로 말할 것 같으면 미국 내 아마존의 시장은리테일에 해당하며 시장점유율은 5~10%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아마존의 신발 판매 비중이 얼마인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아마존의 도서판매시장 점유율은 이미 미국 내 판매량은 50%를 훨씬 넘고, 전자책 시장에서의 판매량의 3/4을 능가할 것입니다. 때문에 만약 아마존이 도서판매 사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아마존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기업 전체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한 세그먼트를 따로 떼어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의 정의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세그먼트를 따로 떼어서 보는 경우,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므로(월마트도 20%에 불과함)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는 것을 규제하기 어려워집니다.

 

이와 같은 논쟁에 대해 좀 더 나아가 살펴보자면, 전 세계 리테일 시장은 20조 달러에 달하므로 여기에서의 아마존 점유율은 매우 미미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사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매출의 90%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지역에서 발생하므로 글로벌 점유율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지역/국가의 시장인지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쟁의 한편에는 Apple도 한 축을 차지합니다. Apple의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 중 약 15%를 Apple이 판매하고 있으며, 이로써 Apple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유저의 측면에서 이 사안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중요한 것은 기기 판매율이 아니라 유저 점유율입니다. 그리고 기기 판매율과 유저 비중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실사용 중인 모든 스마트폰의 25%는 아이폰입니다.(아이폰은 약 10억대, 안드로이드는 35억개로 추정되며 기기의 평균수명은 아이폰이 더 깁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앞서 언급한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치입니다. 그럼 Apple의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만약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의 관점에서 접근해본다면, Apple의 실사용자수(the installed base)는 수는 전체의 75% 수준으로 미국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Google은 미 법무부에 구글의 모바일 검색 트래픽 60% iOS 기기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외 이동통신사들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Piper Sandler가 미국의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청소년의 80%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Apple의 시장점유율 - 시장 구분에 따라 

만약 미국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을 판매하려고 한다면, Apple이 현재글로벌 점유율 15%’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Amazon의 글로벌 판매 점유율이 1%에 불과하다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 실제로 중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타겟 고객과 시장입니다. 즉 정확한 타겟을 정하여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순적이게도 Apple은 이러한 강점을 스스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에게는 높은 청소년 고객 점유율을 어필하는 한편, 변호사들에게는 낮은 글로벌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을 제외한 웹 점유율의 80~90%를 Google과 Facebook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전세계 온라인 광고시장의 절반에서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 수준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합한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5,000억 달러 이상, 총 마케팅 비용은 1조 달러에 달합니다. Google과 Facebook의 시장점유율을 논하기 위해 1조 달러의 시장에서의 비중을 구해볼 순 있지만, Google과 Facebook은 사실 온라인 광고시장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며, TV 광고는 서비스 영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편 Google의 변호사는 Google의 경쟁자가 Bing이 아니고, Amazon과 Facebook, Apple의 iOS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구글의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부 측 변호사는모든 회사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고 비꼴 수 있겠지만, 이것이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고 Applpe 측 변호사가 제대로 요점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는 빙(Bing)의 추격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아마존이 기존 웹 페이지 물건을 판매하다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물건을 판매하게 될 것을 걱정할까요? 아니면 DuckDuckgo*나 Pinterest의 서비스를 주시하고 있을까요?  

더보기

DuckDuckGo란?

(Google과는 달리)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검색엔진으로 개인정보 노출에 민간한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검색엔진. 다만 검색결과를 Bing에서 가져오므로 검색성능이 비교적 떨어져 한국에서는 사용자가 드문 편임 (나무위키 참조) 

과거 몇십 년 동안에는 동일 서비스의 새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측면에서 접근해서 그 시장이 주도되는 방식을 바꾼 기술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Microsoft와 IBM간의 경쟁에서 Microsoft는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해 IBM의 기업용 컴퓨터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컴퓨터 시장을 선도하였습니다. 하지만 Microsoft가 기업용 컴퓨터 시장에서 IBM과 맞붙어 이긴 것은 아니라, 단지 개인용 컴퓨터(PC) 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최고급 기업용컴퓨터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 것입니다. Google도 새로운 Window를 만든것이 아니며, Facebook또한 Google의 웹검색으로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것들을 시장에 내놓은 것입니다. 

 

Amazon의 이야기를 다시해보자면, 캐나다의 Shopify라는 회사가 급성장 하여 위와 같은 상황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2019 총 매출 600억 달러 규모였던 Shopify는 올해 3분기에 벌써 8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Shopify Amazon이나 ebay와는 다릅니다.  Amazon이 하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긴 것이 아니라, Microsoft IBM을 제친 것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리고 실제로는 굉장히 Amazon에 경쟁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Tiktok 역시 Youtube가 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서비스를 하는 Dailymotion 보다 훨씬 더 위협적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위기란 현재 형성되어 있는 시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출현한 시장과 서비스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Shopify의 매출 추이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케인즈의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re all dead)"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Google이 Google과는또 다른 것들로부터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을 당연지사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Google이 어떻게 검색엔진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그냥 지나쳐도되는 것은 아니다. (Google의) AR 글래스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Apple의 지배력을 뒤집을수 있다고 해도 Appstore 운영방식이나 Spotify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복잡한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통해 무엇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Google을 상대로 한 미 법무부의 소송은 이 현상이 얼마나 풀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Google은 Apple의 iOS를 통해 검색엔진을 기본 설정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 법무부는 이것이 Google이 자사의 검색엔진 시장에서의 시장우위(그리고 이에 따른 현금흐름)를 남용하여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Apple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시장우위를 이용해 구글에서 연간 50~100억 달러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내년에는 DuckDuckGo도 누구한테 고소를 당할지, 검색엔진 시장에 속할지, 스마트폰 OS 시장에 속할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Apple이 자체 검색엔진을 만들고 iOS 지배력을 활용해 검색엔진 시장의 새로운 경쟁을 만든다면 이때의 시장정의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볼만한 문제입니다. 

 

[출처] Market definitions and tech monopolies/Benedict Evans (2020.10.31)


글로벌 IT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과열되고 있는 반독점 규제는 지구 반대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사안입니다. Google, Amazon의 소송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쿠팡등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공정거래법' 규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깊은 갈등의 골은 장차 12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것으로, 가장 최근의 피신고건은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페이의 시장지배적 우위 남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건 입니다. 이에 대한 결판이 곧 나올 것으로 예측되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에 대한 시장규제에 대해 "기업을 글로벌하게 바라봐달라"며 위의 칼럼에서 언급된 "포괄적인/글로벌한 시장정의"를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는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발의하는 등 규제적 움직임이 따르는 한편 정부에서는 네이버의 기업적 성과를 두둔하는 평가가 동시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EU에서는 올해 7월부터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을 시행하여 Google, Amazon, Facebook 등의 기업활동 일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술기업의 시장독점은 인터넷이 출현하고 IT 기업이 성장해 온 이래 계속되어온 갈등 사안이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follow up하며 시장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Edited by Jasmine

Comments